20200504 월요일
어제까지는 분명 괜찮았다. 저녁에 탕수육을 먹고도 괜찮았다. 오늘 아침까지도 괜찮았는데, 저녁 6시반 이후쯤 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때 그 느낌이었다. 역류성에 걸렸을 때 그 느낌. 이건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설사 한 뒤에 그 힘없는 느낌과 비슷하지만 훨씬 공포스러운 그런 느낌이다. 커피와 탕수육 때문이었다.
저녁이라 내과는 문을 닫았다. 아빠가 한의원에 전화해서 알아봐주셨고 다행히 문을 연 곳이 있었다. 아빠와 함께 한의원에 갔다.
역류성식도염이라고 했더니 누워보라고 하시며 배를 여기저기 누르셨다. 아프냐고 물어보셨고 안아프다고 했다. 옆으로 돌라고 하시더니 등 중앙부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내 위에서 선생님 몸으로 체중을 실어 나를 누르셨다. 아프진 않고 무겁고 답답했다. 어디가 많이 뭉쳐있다고 하시며 침을 맞자고 하셨다.
침맞는 곳으로 가서 윗옷을 벗고 누웠다. 선생님이 오셔서 배와 발에 침을 놓으셨다. 쑥뜸도 명치 근처에 올려놓으셨다. 한의원은 거의 와본적이 없는데 뭔가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차분해지는 그런.
침을 맞고 15분이 지나니 기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누가 오더니 엎드리라고 했다. 등에다가 물리치료 기계를 붙이고 갔다. 등에서 뭐가 움직였다. 도데체 등 마사지와 역류성이 무슨 상관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가만 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 비슷한걸 하는 것 같았다. 기계가 한종류였기 때문이다.
다 끝나고 약을 아래 약을 잔뜩 받았다.

식후에 2포씩 먹어야 했다. 저녁먹고 하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역류성식도염이라 사탕,과자,초콜릿 뭐든 맛있는건 아무것도 못먹는 상황에서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하루에 두개나 먹을 수 있다니!
찾아보니 이름은 경방반하사심탕연조엑스 였다. 수식어를 빼면 반하사심탕이었다. 주성분은 아래와 같다.
'반하,황금,인삼,감초,건강,생강,대추'
구토, 설사,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아마 왠만한 속병은 다 이걸 처방할 것 같다. 역류성식도염에 큰 효과는 없어보이지만 맛있다. 한의원에서 역류성식도염과 아무런 상관없는 것들을 하고 돌아왔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또 가고 싶었다. 한의원만의 어떤 매력이 있다. 뭔가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치유되는 느낌.
그런데 다음날, 또 다른 적이 찾아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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